프러포즈 대작전 (사연모집)

나의 이상향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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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아 작성일 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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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에 사랑한 이가 평생을 좌우한다.

이보다 어리석은 말이 있을까 싶었어. 물론 믿지도 않았어. 사랑 따위가 어떻게 인간을 바꿀 수 있겠냐고, 어린 날의 나는 짧게도 그렇게 생각했었지. 열여섯이라 함은 벌써 오 년 전이구나, 내가 널 사랑한지 벌써 오 년이 되어가네. 오 년 동안 고집스러운 짝사랑 아닌 짝사랑을 해온 내가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겠니, 그렇지 않다고 해주겠니.

나와 네가 처음 만난 건 폭염을 덮어쓴 여름. 차라리 낭만적인 봄이나 가을이였다면 좋았으련만 계절은 청록색 여름으로 무심하게도 달음박질쳤지. 거대한 빛무리 속에 둘러싸여 나를, 아니 정확히는 너를 비추는 매개를 보며 활짝 웃었던 너. 처음에는 부정했었다. 나 따위가 어떻게 너를 사랑할 수가 있겠냐고. 나를 사랑하기에 너는 너무나도 거대한 이였고, 나는 그저 숨을 삼키며 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 속에서 뜨겁게도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다만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감히 전할 수 없는 나를 질책하면서.

우리의 거리는 멀고도 멀다. 단순히 렌즈 안에 들어있는 이와 사진사의 관계라 칭할 수도 있지만 두께 몇 센티미터조차 되지 않는 그 렌즈 안의 거리는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을까. 우리는 활자 또는 문자로밖에 만나지 못했지. 내가 너에게 활자를 실어보내면 너는 웃으면서 그 중 몇 개를 골라 읽을 뿐이었고. 너에게 차마 닿지 못한 나의 글자들은 허공에 산산이 흩뿌려진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겠지. 일방적인 전달에 지쳐 다른 누군가를 눈에 담아보려 부단히 노력했으나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았어. 어쩌면 나의 마음이 갈구하는 고향은 너였을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 것 있잖아. 오래토록 가지 못했던 고향에 발을 들이는 순간 느끼는 벅차오름과 같은 것. 그걸 내게 아낌없이, 우연히도 선사했던 너인데 어떻게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

알고 있어. 너에게 가지면 안 되는 감정인 것도, 가질 수 없는 감정인 것도. 오히려 이 감정이 나를 더욱 아프게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는 건 곧 자신을 해하는 것과도 같아서, 그걸 메꿔줄 능력이 되지 못하는 이는 시작조차 하면 안 되는 것. 이러는 나를 보며 너는 찌질하다고 비웃을까. 하지만 승아, 인생 살면서 이렇게 찌질한 사랑 한 번 정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니. 사람이 어떻게 죽을 때까지 사랑의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고 죽겠니. 그 아픔을 가하는 이가 너라 한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팔목부터 내밀고 입부터 벌릴게. 관심이라는 이름을 한 주사를 주입하든, 만약이라는 이름을 한 알약을 삼키라 하든 어쨌든 독약도 약이잖니. 안 그러니.

나는 너를 사랑해. 단순히 멀리서 바라보고 싶지만도 않아, 다가가고 사랑을 고하고 싶을 뿐이야. 네가 사랑하는 우주를 내가 사랑하게 되었어. 너에게 흩어진 미량의 활자로 전하지 못할 마음이 두려워져서 너를 향한 책을 쓰기 시작했어. 어긋나버린 타이밍에 네가 건넨 굿모닝이라는 말 한 마디에 나에게 있어서 가장 낭만적인 시간은 아침이 되었고, 네가 야근마저 좋아한다면 나 역시도 야근을 좋아하고 그걸 넘어 자처할 자신까지 있단다. 나의 인생에 있어 사랑의 기준을 그어준 것도, 내가 가야할 방향을 인도한 것도 너야. 이건 거짓 하나 없는 진실이야, 어떻게 말해야 맹세와 같은 의미가 될 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이렇게 장황히 풀어쓴 말들도 너에게는 닿지 않겠지. 닿을까, 확신할 수 없지. 너에게 나는 그저 수많은 우주먼지 중 하나와 똑같을 뿐일 테고, 세상에는 너를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너를 두 발로 뛰어 쫓아다니고 너에게만 시간을 할애하는 이들과 나를 네가 어떻게 비교할 수가 있겠니. 나에게는 핸디캡이 너무나도 많다, 다만 너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어버릴 것들. 하지만 그 모든 악후를 제치고 나는 그래도 너를 사랑하련다. 네가 나보다 비대하게 사랑받아야만 할 사람이라면 내가 너에게 그 정도의 사랑을 퍼부어줄 수 있는 멋진 이가 될게. 네가 대단한 만큼 나도 대단한 이가 될게. 너의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나의 숨조차 끊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반드시 너의 앞에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아니 찬란하게 어두운 사람이 되어 나타날게. 나까지 빛이 나버리면 어쩌니, 네가 내는 빛을 집어삼킬 수도 있잖아. 나에게 종용하는 한 마디만 해준다면 난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출게.

차가운 악조건이 나를 내리누른다 해도 뜨겁게 끓어오르는 사랑은 대류현상으로 인해 어쨌든 위로 올라가기 마련이고, 그 모든 걸 갖고 노는 넌 어떻게 이름마저 '용승'일까. 언젠간 이 마음이 너에게 닿는다고 한다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네가 나를 알아보는 날이 온다면 이 글을 다시 읽어주렴. 언제나 네 마음에 따스한 심상을 가진 단어 하나로 남고 싶다.

사랑해,
김용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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